식빵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친숙한 빵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식빵을 한 번도 먹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어느 지역, 어느 동네의 빵집을 가도 식빵은 반드시 있습니다. 식빵은 요란하게 장식된 화려한 빵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빵입니다. 모양도 맛도 소박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식빵. 어느덧 우리 생활에 중요한 먹거리로 자리 잡은 식빵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살펴봅니다.
식빵의 역사와 문화
식빵은 말 그대로 '먹는 빵' 혹은 '먹을 수 있는 빵'이란 뜻입니다. 식빵이 먹는 빵이면 먹지 못하는 빵도 있는 건지 궁금하실 겁니다. 사실 식빵이란 말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식빵을 받아들인 일본에서 탄생한 말입니다. 일본에서 식빵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서양미술이 일본에 막 들어왔을 시기, 당시에 화가들은 주로 값싼 목탄화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때 목탄화를 지우는 용도로 지금의 식빵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이 먹는 빵을 그림을 지우는 용도로 쓰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 빵은 먹는 용도다"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먹는 빵', 즉 식빵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빵을 떠올릴 때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먹으면 배가 부른 빵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한마디로 식빵의 식사 대용이란 활용성에 주목한 이름입니다. 밥을 주식으로 삼는 한국, 일본 같은 동아시아의 나라들에서 바게트, 브리오슈, 크루아상 같은 빵들은 달콤하고 맛있긴 했지만 주식인 밥을 대신하기엔 뭔가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식빵은 달랐습니다. 식빵은 달콤하지 않고, 다른 빵에 비해서 그다지 맛있는 편도 아니었지만 식사를 대신해 충분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부재료들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고 든든해지는 신기한 마법을 부렸습니다. 그래서 식빵은 점점 일상생활에 정착을 했고 우리의 아침, 점심시간에 밥을 대신해 훌륭한 한 끼의 식사가 되었습니다. 식빵은 원래 영국에서 먹던 빵입니다. 그 이후 미국으로 전파되었는데 식빵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20세기가 되어서였습니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이 1912년 오토 로웨더(Otto Rohwedder)란 사람이 식빵을 자동으로 자를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 나서입니다. 그는 파티셰도 빵과 관련된 사람도 아닌, 보석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보석사업이 잘 안돼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집에서 빈둥빈둥 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그의 아내가 그렇게 놀지 말고 빵이라도 썰어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긴 식빵을 써는 일이 힘들었던 그는 고민 끝에 식빵 자동절단기를 발명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빵이 탄생하는 비결
식빵은 부드럽고 하얀 속살에 짙은 황금색의 겉껍질을 가졌습니다. 식빵은 모양도 맛도 소박하고 심플한 빵입니다. 단순한 모양과 맛이 오히려 식빵의 매력입니다. 식빵의 안과 바깥 부분을 부르는 말이 있는데 내부의 속살 부분을 크럼(Crumb)이라 하고 껍질 부분을 크러스트(Crust)라고 부릅니다. 식빵의 크럼은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어떤 재료와도 어울리는 멋진 식재료가 됩니다. 하지만 다른 빵들과 구분 짓는 식빵의 진정한 특징은 껍질 부분인 크러스트에 있습니다. 식빵은 크러스트 부분이 굉장히 두껍습니다. 마치 조개 마냥 두꺼운 겉껍질이 안쪽의 부드러운 속살을 뒤덮고 있는 모양입니다. 크럼에 비하면 껍질은 식감이 부드러운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식빵의 껍질은 사람에 따라서 기호가 조금 갈립니다. 굳이 껍질 부분을 잘라내고 식빵을 먹는 사람이 있는 한편, 껍질을 굉장히 즐겨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식빵의 겉껍질만을 모아서 버터로 바싹하게 구워 먹는 것이 인기입니다. 식빵의 껍질이 두꺼운 이유는 식빵을 굽는 방식에 있습니다. 식빵은 만들 때 반죽을 틀 속에 넣고 윗 뚜껑을 닫습니다. 이 뚜껑에 의해 식빵 특유의 껍질인 크러스트가 탄생합니다. 오븐 속의 식빵은 위를 덮고 있는 뚜껑 때문에 부풀어 오르지 못하고 틀 속에 갇힙니다. 그 사이에 식빵 틀 안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반죽의 바깥 부분이 많이 구워집니다. 그 결과 열을 직접적으로 받은 위쪽 부분을 중심으로 두꺼운 껍질이 생깁니다. 식빵의 껍질은 두껍지만 딱딱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도 바로 뚜껑에 있습니다. 뚜껑에 의해 밀폐된 틀에 구워진 식빵은 반죽 속의 수분이 밖으로 증발하지 못하고 틀 안과 식빵 내부에 갇힙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수분은 식빵 내부에 남아서 식빵을 촉촉함을 만듭니다. 뚜껑을 닫지 않고 반죽을 그대로 부풀어 오르게 하는 산형 식빵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아무래도 뚜껑을 닫고 만드는 풀만식빵보다 크러스트가 다소 딱딱한 식감이 될 수 있습니다.
제빵기능사 실기시험에서 식빵 품목들
우리나라의 기술자격시험제도 중에서 베이킹과 관련해서 두 가지의 시험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과제빵의 기술적 수준을 평가하는 제빵기능사와 제과기능사 시험입니다. 이 시험들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첫 번 째는 필기시험이고 또 하나는 실기시험입니다. 빵을 만드는 기술을 검증하는 제빵기능사의 경우에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실기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실기시험은 실제로 빵을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물로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시험으로서 자격 취득에 있어서 제일 큰 난관입니다. 제빵기능사 실기시험에서 실기 대상이 되는 빵의 종류는 총 20가지입니다. 그중에서 식빵 종류가 7가지로 거의 40%를 차지합니다. 7가지의 식빵은 각각 일반식빵, 우유식빵, 옥수수식빵, 풀만식빵, 버터톱식빵, 밤식빵, 쌀식빵입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포도식빵 등 식빵 관련한 품목은 더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제빵 영역에서 식빵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제빵기능사 시험에서 이렇게 단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식빵 시험대상 품목들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시험의 당락이 결정하는 포인트는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면 가장 기본인 일반식빵은 비상 스트레이트법으로 만들어야 하며 옥수수식빵의 경우는 옥수수 반죽의 찰진 느낌을 조절할 수 있게 물 조절을 잘해야만 합니다. 버터가 많이 들어가는 버터톱 식빵은 믹싱 단계에서 버터를 넣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식빵을 능숙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은 제빵기능사 실기시험의 합격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제빵기능사 시험을 보려는 사람이라면 식빵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많이 쌓고 또한 식빵에 익숙해질수록 합격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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